작품소개
‘……저 사람은 내 에스퍼야.’
C등급 가이드라고 일평생 등급을 속이며 살아온 A등급 가이드 유가람.
소한고에 입학하고 ‘운명의 상대’, S등급 에스퍼 정채원을 만난다.
“……미안하지만, 난 가이드는 필요 없어.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마.”
하지만 가이딩에 트라우마가 있는 정채원은 유가람을 자꾸만 밀어내기만 하고.
심지어 자신은 S등급이라고, C등급 가이드인 유가람과는 절대 매칭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아니, 나는 사실 A등급이라고요!
과연 유가람은 정채원을 ‘내 에스퍼님’으로 만들 수 있을까?
* * *
(본문 중)
그 녀석은 정채원이 아무리 외면해도 졸졸 따라와 옆에서 얼굴을 쏙 내밀곤 히죽였다. 이렇게나 무시하는데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나. 지칠 때도 됐잖아. 왜 포기하지 않는 건데.
‘채원 선배…… 오늘도 잘생긴 내 에스퍼님. 흐흐.’
유가람에게 내 에스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채원은 가슴이 지끈거렸다.
그만 다가와, 제발. 몇 번이고 그 말을 속으로 되뇔 때마다, 지독한 우울감의 파도가 몰려와 머리끝까지 그를 잠식했다.
정채원은 자신이 아직도 어둡고 하얀 방 안에 홀로 갇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모든 걸 망쳤던 그때 그 순간에. 그리고 그랬으므로, 그는 섣불리 누군가의 가이드가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