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날 좋아해주면 안 되겠어요? 도저히 나는 안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나는 이제 누구와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가짜였다. 그래서 아프게 했다. 그녀는 진짜 행세를 한 가짜니까. 그녀를 버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가짜가 진짜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 가짜가 자신에게 세상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한참 전부터, 이미 그랬다는 것을.
“지환 씨가 말했잖아요. 일반인이었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더라도 역시 사랑에 빠졌을 거라고요. 그래서 나는, 지환 씨가 좋아하게 된 건 나라고 생각했어요. 다 거짓말이었던 거예요?” “겉보기에 아무리 똑같이 생겼어도 가짜는 아무 가치가 없거든. 진짜한테 폐만 끼칠 뿐.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사랑해주는 사람, 혹시 뭐 그런 꿈을 꾸고 있던 건가? 망상은 네 시나리오 속에서나 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