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으아악! 살려줘!”
눈이 마주친 남자가 애원했다. 꼭 진짜 사람이 살려달라 하는 것 같은 모습에 신우는 잠시 몸을 움찔했다.
그러나 저렇게 살려달라고 빌고 애원해봐야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니다. 고작 게임 속 NPC일 뿐.
‘내 할 일이나 하자.’
잠깐 들었던 죄책감을 밀어둔 채 걸음을 돌렸는데…….
필요한 약초를 조심조심 캐내는 신우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졌다.
“와, 사람을 이렇게 개무시한다고?”
……조금 전에 외면한 NPC가 자신을 쫓아왔다.
* * *
이 수상한 NPC의 이름은 테오. 몇 번 같이 다니다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은 다 들어버렸다. 이젠 같이 다니는 게 익숙해질 무렵…….
“마침 잘됐네요! 안 그래도 테오 녀석이랑 술이나 한잔할 생각이었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가죠.”
닐슨의 말에 테오가 한쪽 눈썹을 쓱 들어 올렸다.
“내가 언제 너랑 술 약속을 했지?”
“지금?”
능청스레 대꾸하는 닐슨을 보니 아무래도 정해져 있던 약속은 아닌 것 같았다.
“오랜만이잖아,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한잔해야지.”
둘은 금방이라도 술을 마시러 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여전히 테오에게 잡혀 있던 신우는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했다.
‘별로 끼기는 싫은…….’
“그래, 그럼. 아스칸, 너는 먼저 가 있어.”
근데 신우가 거절하기도 전에 테오가 그를 먼저 놓아주었다. 닐슨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어, 왜? 아스칸도 같이 가지.”
“아냐. 아까 피곤하다고 하더라고, 맞지?”
내가 언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근데 그걸 따지기엔 또 어차피 가지 않을 생각이긴 했는데…….
“네, 저는 들어가서 쉴게요.”
“에이, 아쉽네. 어쩔 수 없죠. 다음에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해요!”
둘은 금방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거리에 혼자 남은 신우는 로사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지.’
원래 낄 생각도 없었고, 끼워 달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
근데 어쩐지 기분이 조금 언짢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