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세상 누구나 바라는 모든 것을 가진 자, 강윤.
그러나 그는 서자인 까닭에 아비에게 냉대받고 적자인 동생에게 밀려나 늘 어둡고 외로운 인생을 걸어왔다.
그래서였을까.
보이지 않는 눈을 하고서, 보이는 이보다 저를 기민하게 알아채는 은강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부러 그러는 것이오?”
“무, 무엇을 말입니까?”
“내 앞에선 늘 이리 당하는 모습만 보이는군.”
저와 같은 가시밭길을 걸었을 그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기방 맹인 악공일 뿐이었던 그가 불행한 모습이, 더 보기 싫어졌다.
“나리는 제 은인입니다.
제 생에 나리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은 정말 다행...”
좋은 사람? 은인? 한평생 듣도 보도 못한 말들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저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저와 같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그를 온전히 갖고 싶어졌다.
은강과 달리 저는 진창 인생 속을 벗어날 수 없지만, 상관없다.
그를 진창 속으로 들이면 되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