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듯, 비공개로 사귀던 애인에게 비공식적으로 차인 임가온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문방구 앞 뽑기 기계에서 운명처럼 굴러 나온 200원짜리 플라스틱 공을 노려보았다.
그 공의 정체는 이름 하여 ‘소원의 공’.
뇌수마저 태워 버릴 분노 앞에 냉정할 자 어디 있으랴! 풋풋한 30대 임가온은 어린애 장난감을 앞에 두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소원을 쌈박하게 늘어놓았다. ‘이전 애인보다 천만 배 잘생기고 내 마음을 치유해 줄 힐링맨을 만나고 싶어. 야생마에 비견될 만큼 폭발적인 정력의 소유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소원을 떠올린 그녀는 마침내 거룩한 손짓으로 공의 뚜껑을 열어 쪽지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