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십여년만에 재회한 첫사랑
친구로 돌아가기에도 연인이 되기도 늦은건 아닐까.
윤호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 안에서 둘만 있는 이 순간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이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겠지. 호텔 방 안이니 무슨 일이 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
“너 자고 가라고 했던 거.”
지혜의 한 마디에 윤호가 팔짱을 끼고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집 자랑하려고 한 거 아니야. 한번 자고 싶어서 들어오라고 한 거야.”
지혜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이던 윤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오늘 호텔 방 잡은 이유도 그거야. 오늘은 자고 가, 나랑 같이.”
윤호는 천천히 제 손을 마주 잡으며 지혜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만하게 턱을 올린 윤호에게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냉기가 흘렀다. 한쪽 눈썹이 삐뚤게도 올라가 붙었다.
“니랑 내가 와 자는데.”
“내가 자고 싶으니까.”
“그카니까 와.”
윤호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잘 화를 내지 않는 윤호가 화가 난 듯도 보여 겁이 났는데 이왕지사 말을 뱉고 나니 괜한 오기가 들었다. 왜라니, 왜라니. 그 이유를 굳이 몰라 묻는 것일까.
“오랜만에 만난 이윤호 몸이 좋고, 나 이윤호한테 여자인 것 같고, 뭐 다른 이유가 필요해?”
“니한테도 내가 남자가?”
반듯하게 창틀에 기대앉아 제 손을 맞잡아 깍지를 끼고 있는 윤호의 모습은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꼭 적을 제압하러 온 군인인 듯도 보이고, 꽤 무섭기까지 했다.
“남자지. 그럼 여자일까 봐?”
“그런 거 말고. 내가 니한테 남자냐고.”
풋풋하던 첫사랑의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진득진득한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몸은 상남자. 직업은 특수부대원. 마음 속 깊은 곳에 첫사랑의 기억을 묻고 사는 남자. 겉으로는 장난스럽고
능글맞은 사투리남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보고 싶다면.
얼굴은 미녀. 여리여리한 몸매에도 강단있는 새침녀가 사랑에 빠지면 어떤지 궁금하다면.
#“니도 여전히 이쁘네. 하나도 안 변했네.” #“그래 자고 가라 하더니 겁은 나는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