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망국, 헨트 제국의 공녀, 라리에로 빙의해 죽기보다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지가 어언 십 년째.
“안 되겠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늦었지만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방법은 단 하나!
바로 헨트 제국 변방의 저주받은 땅, 로그홀름에서만 발견된다는 소원초를 얻는 것!
그런데 나오라는 소원초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얘.”
그 대신, 가엾고도 맹랑한 아기 늑대 한 마리를 주워버렸다.
“너 주인은 없니?”
도리도리!
“실컷 도망가보라지. 네 열 걸음이 내 한 걸음인걸.”
그랬다.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나는 겁도 없이 그 애를 품었다.
***
눈을 떴는데 내 침대 위에 웬 모르는 남자 한 명이 누워있다.
잡티 하나 없는 말간 피부에 속눈썹을 짙게 내리깔고서.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작게 내는 게 꼭 밤 산책을 몰래 나온 천사와도 같은 모양새였지만, 내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너… 너 누구야?”
“젠장,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놈의 고운 입술에서는 꽤 거친 말들이 새어 나왔다.
이상했다. 분명 내 옆에 누워있었던 건 저 미친 남자가 아니라, 아주 아주 귀여운 솜뭉치였는데!
그런데 그 솜뭉치는 온데간데없이 보이질 않고 대신 저놈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니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설마...”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부디 내가 생각하는 그것만은 아니길.
“넌 이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절대로.”
이 광기 어린 집착은 또 뭐고? 제발 이 상황, 거짓말이라고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