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정은현은 내 고등학교 시절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우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정은현과 죽을 때까지 평생 함께 일 거라 생각했다.
그날, '그 일'만 없었다면.
"소원 들어줘."
"뭔데?"
취기가 오른듯 정은현은 달뜬 숨을 내뱉으며 내게 말했다.
"키스 한번만 하자."
그날 내가 정은현의 소원을 거절하지 않았던 바람에, 우리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모호한 사이에서 연이 끊어져버렸다. 내가 결국 정은현의 곁을 도망치듯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 후.
직장 생활 N년 차 대리가 되어 적당한 요령도, 조금 독한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 무렵. 나는 회사에서 정은현을 만나게 되었다. 애틋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뒤로한 채 내 상사가 된 정과장을.
"오랜만이네, 김주완."
정은현이 내 이름을 부른 순간, 끊겼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