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S급 에스퍼 서도원의 안정제 탈취범으로 체포된 D급 에스퍼 화세진.
수감 이후, 특성 검사 과정에서 S급으로 재판정된 세진은 거래 끝에 연구 센터의 처분팀에 소속된다.
계약대로 폭주한 에스퍼와 가이드 처분 업무를 이어나가던 어느 날,
화세진의 손에 가이드를 잃은 서도원이 그를 찾아오게 된다.
***
“멀쩡하게 살아있네요. 놀랍게도.”
의뢰서에 흐릿하게 인쇄된 사진으로 그의 얼굴을 익힌 게 전부였다. '서도원'이란 이름이야 몇 번의 탈취를 거치며 익숙해졌지만 당연하게도 목소리는 들은 적 없었다.
그런데도, 잔해에 깔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제게 느긋하게 다가오는 연기 속 저 인물이 서도원이라는 것만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서도원…….”
“서도원 에스퍼라고 불러야죠. 도둑놈 씨.”
“…….”
“내 약만 벌써 세 번 빼돌리지 않았어요? 도둑질 전문인 것 치곤 생각보다 착하시네요.”
쿵, 묵직한 울림이 바닥을 찧으며 무너진 건물 전체를 한번 뒤흔들었다. 서도원이 제 다리를 짓누르던 콘크리트 더미를 옆으로 툭 치워낸 탓이었다.
볼링공처럼 술술 굴러가는 잿빛 덩어리에 따라붙는 시선을 휘어잡으며 크고 곧은 손이 뻗어왔다.
“잡고 나와요. 벌 받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