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한때 영웅이라 불렸던 용병, 토파즈.
죽었다고 알려진 토파즈는 ‘죽음의 숲’에서 몇 년째 은둔하고 있었다.
어느 날,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는 숲에 불청객이 들이닥친다.
“저는 카르옌이라고 합니다. 은인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토파즈를 은인이라고 칭하는 이상한 마법사는 숲의 평화로운 일상을 헤집어 놓는다.
“토파즈님, 저를 지켜주세요.”
카르옌이 손을 내밀었다. 희고 고운 손이었다.
“저와 함께 떠나주세요. 제가 당신을 고용하겠습니다.”
토파즈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 분명한 남자는 마치 오래된 소망이라도 고백하듯 눈꺼풀을 떨고 있었다. 정말 간절하기라도 한 것처럼.
결국 토파즈는 카르옌의 의뢰를 받아 숲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
토파즈가 카르옌의 멱살을 붙들 기세로 물었다.
“너 나한테 마법 걸었어?”
“마법을 안 써도 토파즈님 정도는 들 수 있답니다.”
자신이 검술 실력은 부족해도 기초 체력은 괜찮다느니, 이 와중에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떠들어 대는 마법사 덕분에 긴장감이 훅 꺼졌다.
그러나 꺼졌던 긴장감이 다시 치솟은 것은 카르옌이 달리는 방향이 발코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즉시였다.
“너 3층에서 뛰어내려도 멀쩡해? 네 근력이 그 정도라고?”
토파즈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손을 뻗어 카르옌의 어깨와 등을 더듬어 댔다. 꿈틀거리는 등 근육으로 보아 몸은 생각보다 탄탄한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애초에 그게 근력이랑 상관있나요?”
“그럼 당장 내려놔, 미친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