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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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운명 같은 사랑을 해. 세계선에 정해진 상대가 있고, 그 사람을 반드시 사랑하게 되지."
왕실 소속 연구소에서 연금술에 매진하던 시올. 그는 제자와 왕의 배신으로 ‘죽음의 연금술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푸른 용의 손에 죽는다. 시올은 죽은 호문클로스 몸에서 벗어나 본래의 신체로 돌아오지만 어쩐지 본래의 몸은 어린아이의 체형으로 변한 상태다. 때마침 자신을 구출하러 온 푸른 용 에오르젠을 마주한 시올. 그는 자신의 정체를 설명할 새도 없이 에오르젠의 성으로 옮겨지고, 수인 가족으로서 보호받으며 그동안 몰랐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한순간에 세상이 뒤집힌 시올. 그는 과연 ‘죽음의 연금술사’라는 오명을 벗고 왕과 제자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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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평소보다도 더 아름답게, 명화의 한 장면처럼 다정하게 웃고 있는 에오르젠이 어쩐지 그날의 푸른 용으로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던 흰 피부, 자신 위에 올라탄 채 시올의 무릎을 한쪽으로 모아 안고 상체를 숙여 키스하던 푸른 용 말이다. 푸른 용의 몸은 작은 점 하나 없는 완벽한 석고상처럼 보였다. 매끈한 피부에 손을 얹으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무언가를 대하는 듯했다. 어쩌면 그건 상대가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느낀 감정일지도 몰랐다. 이성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푸른 용의 눈은 시올을 마치 숭배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시올은 저도 모르게-.
“에오르젠 님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망연한 듯 흘러나온 목소리를, 시올은 눈치채지 못하고 쑥스러움을 숨기기 위해 발랄하게 이어 말했다.
“네. 사실 절 구한 건 에오르젠 님이시잖아요. 그 오두막에서요.”
마력수 속에서 깨어난 시올은 원래 몸이 낫고 나면 인간의 왕을 찾아갈 예정이었다. 뜬금없이 나타난 명예도 작위도 없는 남자가 갑자기 왕을 만나겠노라고 하면 쫓겨나는 것이 당연할 테지만, 시올은 오두막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분해하고 새로 제작해서 몰래 왕을 만날 수 있게 해 줄 연금 도구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자고 있는 왕의 침실에 공기처럼 스며들 자신이.
그런 시올을 억지로 수인의 나라로 데리고 온 것은 눈앞에 있는 이 남자. 에오르젠이라는 푸른 용이었다. 처음에야 기절할 노릇이었지만 그것이 가장 옳은 일이었음을 이제는 알았다.
“에오르젠 님이 아니었다면 전….”
아직도 거짓에 잠식된 채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올은 격앙된 채 푸른 용을 올려다보았다.
만약 이 푸른 용에게 ‘반려’라고 하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전속 가이드로 삼아 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려가 따로 있다고 하는 이 남자에게 시올이 바랄 수 있는 건 이뿐이었다.
“에오르젠 님, 제가 크면 절 에오르젠 님의 연금술사로 삼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