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무릇 도깨비란 사물에 사람의 마음이 고여 태어나는 것.
그러나 여기, 사람의 눈물이 고여 태어난 형체 없는 도깨비가 있다.
“자네. 혹 도인(刀人)이라 불리는 자를 봤는가.”
어느 것이든 단번에 죽일 수 있다는 칼잡이를 찾고 있네. 그자를 봤다면 길을 좀 묻고 싶은데.
“그 도인을 왜 여기서 찾으십니까. 여긴 길도 없는 산속입니다.”
“그럼 자넨 왜 여기에 있나.”
“모든 이들이 나리처럼 비단옷 걸치고 편히 잘 곳이 있진 않습니다.”
“그렇다 하여 자네처럼 길 없는 산속에서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자신을 탄생시킨 주인을 찾고자 하는 도깨비 ‘초승’과 누이를 살리기 위해 귀신과 내기를 하며 여러 사람의 생을 받쳐온 도인 ‘자윤’.
“도깨비 구슬을 지닌 이 초승, 정식으로 도인께 거래를 청하지요. 도인께서 절 죽여 주신다면 제 구슬을 드리겠습니다.”
초승달이 휘영청 걸려 있는 밤 아래에서 만난 한 도깨비와 한 인간.
마주 보는 두 눈동자에 서로의 생이 맺힐 때까지의 여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