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 세계의 수명이 다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몰락뿐이로다.
이곳은 누구의 구원도 없는 멸망이 선고된 세계.
죽음과도 같은 잠의 골짜기를 지나 눈을 뜬 이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잠들었는지 모든 기억을 잃은 그는 혼란스럽다.
설상가상 그가 깨어난 곳은 조금씩 부서져 가는 하늘 위의 성으로,
그 성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수상한 미남자뿐이다.
“……내가, 너랑…… 친했나?”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
“어떤…… 사이?”
“난 기억을 잃은 너도 좋아.”
자신을 아뉘스라고 밝힌 남자는 이상하리만치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엔이 그런 아뉘스의 다정함에 점차 물들어 갈 무렵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게 되고,
세상은 시시각각 어둠이 닥쳐온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네가 나를 지켜 주었거든. 네가, 나만을.”
그 말을 다시 한번 이룰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