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휘는 짝사랑을 하고 있다. 상대는 십년지기 소꿉친구로, 눈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둔한 녀석이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그 옆에 방해물마저 생겨났으니……. 이는 한 학년 위의 연극부 부장, 김진하라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 혹을 떼어 낼 수 있을까. 서정휘의 머릿속엔 오로지 그 고민뿐이었다.
결국 적을 알아야 이긴다는 마음으로 다가갔으나, 그를 알아 갈수록 이상하게도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의 연기를 처음 보았던 때, 기숙사 방에서 나누던 대화, 마주칠 때마다 허공에서 맞붙던 시선들……. 착각과 부정 때문에 길을 돌아와야 했지만, 서정휘는 마침내 인정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