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불멸하는 존재인 흡혈귀 유영원은 지인의 결혼식에서 서른다섯 해 전 대학 동기로 함께했던 한철과 재회한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년이 된 한철은 여전히 젊은 영원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철에게 미련이 남은 영원은 충동적으로 한철이 운영하는 와플 트럭의 바리스타로 취직한다.
혈액암 말기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한철과 함께하며, 영원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정체를 밝히고 만다.
영겁을 사는 존재와 죽음을 앞둔 존재.
두 줄짜리 연애편지에 얽힌, 판이한 운명의 두 존재가 함께한 짧은 순간에 대한 기록.
* * *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가만히 서서 한숨을 쉬고, 트럭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는 말했다.
“그래?”
“그 친구도 절 좋아했어요. 그런데 잘 안됐어.”
“왜?”
“제가 떠나 버렸거든요.”
난 왜 이제 와서 너한테 이 말을 하는 걸까?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데 그 친구…… 이런 말씀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는데, 사장님이랑 닮았어요.”
……아니면 이미 늦어 버린 고백이 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