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헤덴 백작가의 장녀, 오드리네트는
집안끼리 자주 왕래하던 카르데나 후작, 후시안과
간질간질한 만남을 이어 오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가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한다고 한다.
“가장 먼저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오늘이야말로 확실히 고백을 받을 줄 알았는데.
살짝 닿았던 부드러운 입술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차갑게 식어 버린 현실과 마주하고 만 오드리네트.
“……축하드려요, 후작님.”
실연을 뒤로하며 하루하루 견뎌 내고 있지만
왜 이렇게 후시안과 자주 마주치는 건지.
그럴 때마다 이 남자는 왜 아련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낯으로 자신을 붙잡는 건지.
상처를 입힌 건 그인데, 왜 상처를 입은 눈을 하는 건지.
도무지 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오드리네트는 하루하루 말라만 가는데…….
<미리보기>
“오드리네트.”
“그렇게 부르지 마시라고요!”
자신을 부르는 낮은 목소리에 오드리네트는 귀를 틀어막으며 소리쳤다. 기어이 이렇게 터져 나오게 만든다. 그딴 식으로 끝을 맺어 놓고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있어서 그런 눈빛으로, 그런 목소리로.
“이해가 안 돼요.”
“…….”
“……제가 끝낸 게 아니잖아요.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큰 소리로 내지르고 싶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지 않나. 하나, 말이 계속 꼬였다. 입 안이 바짝 말랐다. 종국엔 흐느낌과 다름없었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게 해 놓고 고작 한다는 말이 저 단물 빠진 사과다. 그렇게 자신을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로 세워 놓고 한다는 말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