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화려한 연회장, 귀빈들의 중심에 서 있는 한 부부.
부부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미소로 서로를 보며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둘만 남은 공간에서는 묘한 냉기가 감돈다.
진여경과 강주원, 그들의 실상은 이혼을 앞둔 ‘계약 부부’였다.
그날까지는.
***
“……오늘은 취해도 좋은 날이 아냐. 취하게 마시지 마.”
“왜요? 호텔도 완공됐고, 모두 끝났잖아요, 이제…… 앗!”
백 명을 앞에 두고 스킨십을 해도 단둘이 있을 때에는 악수조차 하지 않는 사이다.
그런데 와인을 쏟은 제 허벅지로 다가온 거침없는 손길에 여경은 흠칫 몸이 떨렸다.
어쩐지 위험하다. 오늘 이 이상 주원을 가까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선배, 취했어요? 이건 우리 사이에 선을 넘는 행동이잖아요.”
여경은 다급히 주원에게 경고했다. 자신의 영역 안으로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
연회를 마치고부터 줄곧 그에게 느껴지던 위험이 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선을 넘었다고 하면 곤란해.”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여경이 숨을 몰아쉬며 주원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만 보고 있던 주원이 열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네가 말하는 선이라는 거, 지금부터 넘어 보려고.”
일러스트 ⓒ R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