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불온하기 짝이 없는 엄혹한 세자와 길고 가늘게 살고 싶은 궁녀의 얽히고설키는
궁중 로맨스.
***
강변의 갈대가 스산하게 바람을 타는 깊은 밤.
갓 태어난 아기가 상자에 담겨 강에 버려졌다.
20년 후.
술주정뱅이 아비와 다리를 저는 어미를 둔 연이.
실제적 가장 노릇을 하는 그녀는 궁궐 동궁전의 세답방 무수였다.
<김 나인이 우물에 빠져 죽은 게 세자저하의 명이라던데?>
<작년에 관례를 앞두었던 생각시가 도적질을 했다고 출궁 당했잖아. 그것도 사실은 세자저하 때문이라는 말이 있던데?>
<열 계집 마다하는 사내 없다고 했어. 세자저하의 취향이 특이하실 수도 있고.>
궐 안에 나도는 갖은 소문의 주인공,
외모로는 나인들은 물론 조선천지 처녀들 가슴에 불을 지른다는 세자 이혁.
밤늦은 시각, 세답방에서 빨래를 마치고 몸을 씻던 연이는 만나서는 안 될(?) 불온하고도 위험한 세자저하를 만났다.
“네 죄가 엄중한 건 아느냐? 첫 번째는 입산 금지인 봉학산에 몰래 들어간 것은 지엄한 나랏법을 어긴 것이고. 둘째, 이유 불문하고 왕세자를 낙마하게 하여 위험에 처하게 했음은 반역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불복종 죄. 왕세자 기만에 능멸 죄까지 더해 연이가 지은 어마어마한 죄목을 열거하는 세자 이혁.
“여인이 사내를 보는 눈빛이 전혀 아니구나.”
“소, 송구합니다. 소인은 무수리입니다. 어찌 감히…….”
“무수리는 계집이 아닌가? 더구나 동궁의 무수리라면 주인인 나를 어찌 보아야 하지?”
이혁의 눈빛이 이채를 띠며 선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