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언니가 죽었다. 내가 집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 사이에 자살을 했다고 한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회사 사람은 한 명뿐인데, 그는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오열했다.
짚이는 것이 있었다. 언니가 죽기 며칠 전, 자신에게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울면서 전화한 적이 있었다. 주은은 당장 언니의 일기장을 뒤지고, 언니가 사내괴롭힘으로 인한 심각한 우울 상태였음을 알게 된다.
언니는 그냥 죽은 것이 아니다. 범인이 있다. 그것도 많이.
주은은 증거불충분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경찰 대신, 직접 그들을 처단하기로 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복수하겠다는 결심으로, 주은은 언니를 괴롭힌 언니의 회사에 지원해 합격하고, 신입사원으로 출근한다.
언니의 일기장에는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자신을 괴롭혔는지가 상세하게 나와있었다.
주은은 복수를 하기로 했다. 가해자만 없는 회사에서.
정체를 숨기고 입사하게 된 언니의 직장. 그 안에서 주은은 질투와 탐욕 앞에서 타인을 뭉그러뜨릴 수 있는 인간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에서 숨죽이는 한줌의 선한 인간들을 끌어모아 주은은, 얼굴 없는 가해자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보여주는데...
“죄책감이 뭔지도 모르고 전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다니는 놈들 면상을 보니까 이제 더는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다닐 수가 없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다닌다고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다해의 말을 듣다 자신도 모르게 싸늘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뒤이어 다해가 뭐라고 하려는데 주은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누가 조종하는 듯, 매끄럽게,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부드러운 말투였다.
“그럼 그 새끼들한테 괴로운 게 뭔지 알려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