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대학 문 한 번 밟아보고 싶습니다.
조폭 김득팔은 학교에 가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무학력자다. 어느 비 오는 날 운전을 하던 그는 육교에서 뛰어내리려는 소년 송이헌을 구하려다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깨어나 보니 송이헌의 몸에 빙의된 김득팔. 송이헌이 학교 폭력과 아우팅에 시달려 죽으려는 걸 알게 되고 복수를 다짐하며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등교한다. 그런데 원래의 송이헌이 좋아하던 짝사랑 상대 최세경만이 유일하게 그런 송이헌을 가짜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 * *
“정말 기억 안 나나 보구나. 그래, 큰 사고가 있었는데 기억 안 날 수 있지. 내가 나한테 유리하고 내 입맛에 맞게 사람을 조종하고 상황을 유도해 간다고 했던 말, 기억 안 날 수도 있어. 이해해.”
송이헌 이 새끼는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거야. 김득팔은 입안을 깨물었다. 속이 바짝 말라 변명을 관두고 최세경을 지그시 노려봤다.
“송이헌은 특이했어. 2년 동안이나 날 좋아해서 노골적으로 쳐다봤거든. 덕분에 나도 송이헌을 알고 있었고.”
“돌려 말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똑바로 해.”
“큰 사고를 당하면 사람이 변할 수 있지. 두 달이나 입원해 있었다는데. 내가 예민하다고, 이해하려고 했어. 그런데 송이헌이 나한테 하고 간 짓을 생각하면 도저히 동일 인물이라고 볼 수가 없어서.”
세경이 경직된 김득팔을 멀거니 주시했다.
“너, 송이헌 아니지.”
그동안 웃음 속에 감춰 온 의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