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현대물, 조신남, 재벌남, 다정남, 유혹남, 상처남, 후회남, 평범녀, 직진녀, 다정녀, 상처녀, 회귀/타임슬립, 동거, 잔잔물, 애잔물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자꾸 그 남자가 보여요.”
3년 전, 유주는 하나뿐인 남동생의 장례식장에서 기묘한 환상을 본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가 캄캄한 터널 안에서 죽어 가는 모습을.
반복 재생 되는 장면에 괴로워하던 어느 날,
유주는 마침내 동생의 유언장에 적힌 남자를 만나러 땅끝마을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환상에서 보았던 그 남자, 해준을 만난다.
해준이 동생과 함께 지냈음을 알게 된 유주는
땅끝마을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마음에 들이기 시작한다.
“나, 그쪽 좋아해요.”
“내가 말했죠. 자꾸 사람 자극하지 말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들수록
해준의 사고 장면은 더욱더 생생히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상한 꿈을 꿨어요.”
“어떤 꿈이었는데요.”
“그쪽이…… 덤프트럭에 치이는 꿈.”
그래서 내가, 미치도록 후회하는 꿈.
어느 날, 한 남자의 죽음을 보게 된 스타작가 홍유주와
땅끝마을 책방 사장 지해준의 쌍방구원 판타지 로맨스.
사랑은,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잠깐 맛보기
상처 부위에 조심스레 반창고를 붙인 그가 내려앉은 속눈썹을 올려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잔뜩 긴장한 듯 상기된 유주를 향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행동 하지 말아요.”
단호한 음성에 유주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사람이 맞고 있는데 보고만 있으라는 거예요?”
“다쳤잖아, 그쪽이.”
“이건…….”
“나 때문에.”
뺨을 타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열감. 자꾸만 곁에 있고 싶게 만드는 지해준의 따뜻함. 유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해준이 손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몇 번을 말한 것 같은데. 그쪽은 너무 겁이 없…….”
그러나 해준의 말은 한순간에 뭉게뭉게 흩어져 버렸다. 그의 얼굴을 감싸 쥔 유주가 그에게 입술을 부딪쳐 온 그 순간에.
예상치 못한 입맞춤에 놀란 해준의 동공이 흔들렸다.
포개진 입술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떨리는 심장 소리가 제 것인지, 유주의 것인지 알 길이 없어 그가 잠시 그대로 굳어 있는 사이, 맞닿은 입술이 쪽,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나, 그쪽 좋아해요. 그러니까 다시는 내 앞에서 이렇게 다치지 마.”
차 안에 긴장감이 흘렀다.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해준의 미간에 주름이 지어졌다. 그 표정이 유주에겐 꼭, 불쾌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 미안해요. 불쾌했다면…….”
어색하게 시선을 피한 유주가 몸을 뒤로 뺀 그때였다. 해준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내가 말했죠. 그러다 내가 나쁜 짓이라도 하면 어떡하려 그러냐고.”
그녀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일렁이는 감정을 꾹 누르는 듯 미간을 찌푸린 해준이 이내 잡은 손목을 풀며 말을 뱉었다.
“자꾸 사람 자극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