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세상은 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무명 아이돌이었던 나는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 되어 있었고, 불편했던 멤버들은 내게 친한 척 굴었다. 내가 삼 년 동안의 기억을 잃었다고? 기억이 없는 삼 년 동안, 내가 우리 그룹을 이 자리에 올려놓았다고?
내가 부른 적이 없는 노래, 한 적이 없는 말과 행동. 그간의 방송 기록에 비친 나는 실제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낸 누군가가 쓴 일기장. 내 몸속에 누군가 ‘빙의’ 됐었다고 하는데.
모두가 알고 있는 나는 사실 내가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이 빙의되었던 그때로 돌아오라고 한다면, 나는 대체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