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바다 깊은 곳, 해왕국의 공주 아라는
자신이 사실은 인간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마녀와 계약하여
반어의 지느러미를 얻었다는 진실을 듣는다.
한데 그 마법도 영원한 것은 아니어서
이번 만월의 밤이 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간단다.
그렇게 충격을 수습할 새도 없이 육지로 올라간 아라는
멋모르고 산적의 영역에 들어섰다가 위기에 처하고,
그런 그녀를 구한 건 흑룡의 현시라 칭송받는
섬벌국 최고의 무관 대장군 유진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아라를 보며
진하는 묘한 기시감을 느껴 그녀의 정체를 추궁하고.
“그냥 날 보내 주세요.”
“나는 그대에게 남아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하는군.”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진하와,
반어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떠나려는 아라는
사사건건 부딪치는데…….
▶잠깐 맛보기
“한 가지 생각에 매여 자기 눈을 스스로 가릴 때가 있소.”
이제 아라는 진하의 품속으로 완전히 끌려 들어갔다.
심장이 오그라들고 온몸에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진하의 숨소리도 약간 거칠어져 있었고 아라를 보는 눈빛도 달라져 있었다.
“그럴 땐 누군가 손을 잡아 주어야지.”
“소경이 소경을 데리고 가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는 법이죠. 정말 내 눈만 가려졌다고 생각하나요?”
“아니, 인정해. 내 눈도 가려진 것 같소.”
“큰일 났군. 같이 구덩이에 빠지게 생겼으니.”
아라의 빈정거림에도 진하는 엷은 미소로 응수했다.
아라의 말대로 큰일이 나긴 했다. 진하는 이 보드랍고 따뜻한 작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향기로 진하를 빠져들게 하는 이 아름다운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구덩이에서 내가 구해 준 거 잊었소?”
“구해 준 게 아니라 다른 구덩이에 떨어진 것 같은데. 이렇게 감시당할 줄 알았으면…….”
“감시가 아니라 보호요.”
“장군께 그런 부탁도 한 적 없어요.”
다행히 아직 아라의 목소리에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 야릇한 감각 속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진하가 느른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그대는 지금 내 곁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