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선보는 건 아까 끝났어.”
“무슨 말이죠?”
“네가 비서를 달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고.”
KD그룹 김 회장의 하나뿐인 외손녀이자 보수당 정치인을 아버지로 둔 최고의 신붓감, 강혜준.
하나, 베일에 싸여 있던 혜준의 실체는 가족들의 착취구. KD 김 회장에게 금전적 도움을 얻기 위한 도구로써, 제 의지도 미래도 없이 시들어가는 메마른 화분이었다.
KD그룹 김 회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KD에 영입된 서진혁.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하며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 없는 그는, 김 회장의 강권으로 강혜준과의 선 자리에 나갔다.
두 번 다시는 그녀를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만나볼까요?”
“글쎄. 내가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쫓아다녀보든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혜준은, 본디 제 모습을 찾아 싱싱하게 뿌리 내린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진혁을 향한 호감이 멋대로 가지를 뻗어가, 그녀를 밀어내기만 하던 진혁의 마음을 거세게 뒤흔든다.
문득 진혁은 알아차렸다. 혜준의 저에 대한 호감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일 뿐이라는 것을. 그런 그녀에게 저는 이미 온통 흔들리고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네가 나를 착각 속에 살게 했다면, 나는 그것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나 때문에 웃고, 나 때문에 울다, 네 눈에서 나를 향한 진심 어린 감정이 출현하는 그 순간을 반드시 보고 싶다.’
한 번도 제 뜻대로 살아본 적 없는 여자.
한 번도 제 뜻대로 안 된 적이 없는 남자.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두 세상이 충돌하며 하나가 되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