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릴 적부터 천재 화가로 유명했던 윤서우는
길을 가다 한 남자에게 모델을 제안했다.
제의를 받은 천담헌은 처음엔 거절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바꾼다.
순수한 마음이 아닌, 서우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눈치채고 그를 파헤치기 위함이었다.
윤서우는 어릴 적 천재로 불렸지만 부모의 기대와 억압에 짓눌려 살아야 했다.
윤서우에게는 오로지 그림뿐이었다.
천담헌은 그런 윤서우를 알면 알수록 그의 상처를 느끼고 점차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본문 중>
“책 같은 걸 가져오셔도 됩니다. 노트북을 가져와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셔도 괜찮고 달리 할 일이 있다면 그걸 하셔도 무방합니다.”
“과제나 리포트 작성을 해도 괜찮다고요?”
담헌이 놀랍다는 듯 물었다.
“그동안 서우 씨는 무얼 하십니까?”
“저는 당신을 관찰할 겁니다.”
서우는 담담하게 답했다.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이름을 부르면 어느 쪽으로 먼저 돌아보는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어떤 표정을 하는지, 웃을 때 입술이 먼저 휘어지는지 눈이 먼저 휘어지는지…….”
저렇게 건조한 어조만 아니었다면 상당히 묘하게 들리는 말이다. 담헌이 어떤 생각을 할 때마다 그 전부를 알고 싶다는 소리 아닌가.
“원하는 자세를 주문하진 않으시는군요.”
“자연스럽지 않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물이 아니라 사람을 그리는 거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그저 제 일에 충실한 예술가 같다.
꼭 돈이나 권세 때문에 괴이가 찾아드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에게 어떤 확고한 목적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괴이에 사로잡히기 한결 쉬워진다.
이 메마른 사막 같은 남자가 가진 욕망은 역시 그림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