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른채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쳐 첫눈에 반한 그녀와 그. 아무것도 모른 채로 3년간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드디어 끝난 강의. 수업이 끝나자마자 종하는 챙겨온 검정 우산을 들고 쏜살같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현지가 눈에 담은 건 그였지만 우산을 핑계 삼아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걸까? 그녀는 알 수 없는 그녀만의 직감을 믿었다.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그리고 그가 우산을 같이 쓰지 않을 리가 없다고.’
“저기… 혹시 방이동 살지 않아요?”
“네? 네.”
종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3216 버스 같이 타던… 맞죠?”
현지는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그녀는 드디어 3년간의 기다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믿었다.
“저 아세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현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뜨거워졌다. 그녀는 그의 옆을 재빨리 지나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10년후 뜬금없이 배달된 기억... 여전히 서로를 향하는 그들. 과연 그들의 운명은...?
#일기
#첫사랑
#재회
#10년 후
#운명
[미리보기]
‘띵동~!’
가뜩이나 크게 틀어진 노랫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종하가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며 더 취한 척을 했다.
‘띵동~!’
‘띵동~!’
‘띵동~!’
아무도 대꾸를 안 하니 화가 난 건지 연속으로 세 번 초인종이 울렸다.
“Shit!, Anybody, please! (제길! 누가 좀 가라, 제발!)”
그의 옆에 앉아있던 마리사가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테라스를 벗어나 1층을 향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Who is this? (누구?)”
마리사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Packages. (소포 왔어요.)”
미간이 구겨지라 찌푸린 백인 우체부가 말했다. 누가 들어도 짜증이 잔뜩 나 더는 말을 걸지 말라는 것이었다.
“There are two for Marissa, and one for Jongha Kim.
(종하 씨한테 하나, 마리사씨한테 두 개 왔습니다.)”
“Okay. Thanks. (네, 감사요.)”
마리사가 문을 쾅-하고 세게 닫았다.
양손으로 세 개의 소포를 한 움큼 쥔 그녀가 계단을 빠르게 올라 다시 테라스로 돌아갔다.
“Guys! You guys are freakin’ idiots.(야 이, 미저리들아.)”
그녀가 종하의 소포를 먼발치에 앉아있는 그에게 던지며 외쳤다. 깜짝 놀란 종하의 배 위로 소포가 떨어졌다. 마리사는 반대편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자신의소포 두 개를 뜯었다. 옷과 화장품이 배달온 것이었다. 양주를 마시며 고개를 까딱거리던 종하는 자신의 소포가 뭔지 흔들어봤다.
‘뭐지…?’
둔탁한 것 같지마는 가냘픈 소리가 나 뭔지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직사각형의 얇은 서류 모양의 상자. 그는 상자를 뒤집어 누구에게 왔는지 확인했다.
“Huynji Kim (김현지)”
이름을 보는 순간, 그는 멈칫했다.
Seoul, South of Korea (서울,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