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K라고 불러. 어차피 의미도 없으니까. 그리고 일회용이고. 그쪽은 뭐라고 불렀으면 좋겠어?” “……J라고 해요.” 그것은 제 이름 석 자에는 들어 있지 않은 이니셜이었다. 그저 모든 것을 잊고자 떠났던 중국 오지奧地로의 여행. 모진 현실로 돌아오며 2년 전, 그날 밤 일은 수현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궁금하지도 않아? 내 약혼자?” 질책이 섞인 재연의 말에 수현이 그제야 애써 궁금한 척 물었다. “어떤데?” “아마 악당이라지.” 재연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왔다. 그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본 수현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K?’ K라니…… 기억도 없었던 이상한 알파벳이 툭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