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한 수련씨죠?
방금 강의를 마치고 대학 캠퍼스를 거닐던 수련은 낯선 남자의 질문을 받았다.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깨끗한 마스크에 선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 또한 경계심을 줄이는데 한몫을 해 별 거부감 없이 명함을 받아들었다.
한성기업 이사 최 봉두.
지적이며 세련된 모습과는 다른 촌스런 이름에 그녀는 웃음이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아버지가 성함이 한 정호씨죠?"
"그런데요?"
전혀 본적이 없는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수련은 의아해졌고
자신을 찾아온 목적이 대체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남자는 한쪽 손을 자신의 양복을 툭툭 치고 있었는데 그 조바심에
그녀의 마음도 불안해져 빨리 이 사람이 본론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만약 내가 그쪽에게 거래를 원한다면 받아드릴 용의가 있는지 궁금하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남자는 거래라고 했다.
아무 힘도 없는 일개 대학생인 자신과 무슨 거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수련은 남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전히 선한 미소로 남자는 말하고 있었지만 이제 손은 자신의 위치에 가만히 있었다.
"거래 조건은 그쪽이 찾아오면 말하기로 하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얼떨떨해하는 그녀에게 연락하라며 어깨를 한두 번 툭툭 치는 것으로 남자는
친근감을 표했고 자신의 할일을 모두 끝냈다는 가뿐한 걸음걸이로 차 쪽으로 향했다.
하얀 중형차가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고 문을 여는 남자의 손에서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감지했다. 그런 느낌이 들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도깨비한테라도 홀린 기분으로 차가 떠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받은 명함을 구겨버릴까 하다가
그냥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하나이의 로맨스 장편 소설 『특별한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