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했기에 자금성을 택한 여자 나도희.
사랑하는 여인에게 족쇄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남자 임재균.
자금성을 가지기 위한 욕심으로 가득한 여자 예화.
욕심으로 몸부림치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구인우.
하지만…… 모든 것들은 나 회장의 손에서 움직이고, 비밀은 밝혀지고 말았다.
“그럼 성사된 걸로 알고 돌아가겠습니다.”
힘겹게 일어선 도희가 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하고 당당히 걸어 나가겠다 마음먹은 사이 밖에서 열리는
집무실 문 앞에 그렇게 그리던 사람이 서 있었다.
“성사되었다? 이제 더 이상 ing가 아니라는 뜻이군.”
사랑하는 사람 입에서 쏟아져 나온 이별 통보는 온몸에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재균은 그렇게 도희를 지나쳐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 닫아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야?”
민균이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너무나 귀에 익은 재균의 목소리였다. 도희는 차마 돌아서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 애써 발을 끌며 집무실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무실 문은 굳게 닫혔다.
사랑한 남자의 마음도 그렇게 닫혔다.
재균은 집무실로 들어와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민균과 나누는 대화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진 말을 뱉어 누구의 가슴에 상처를 내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자금성이 움직였으니 경영권 보장은 확실한 것 같다. 다음 주 주총 때…….”
민균은 말을 하다 말고 대답이 없는 재균을 바라보았다.
“너 내 얘기 듣고 있는 거야? 임재균?”
“어? 어. 잠깐만! 나 좀 나갔다 올게.”
민균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재균을 급히 불렀다. 잡아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저 마음이 내달릴 것은 자명한 현실이었다.
민균은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나가면 이제 내 동생 아니야.
그러니까 다시 앉아. 생보사 이렇게 포기하지 마.
그 여자와 얽히면 너! 경영진 자리에 오를 수 없어. 명심해.”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얼마나 고심해서 추진했던 사안이고
얼마나 힘들게 실력을 닦아 지금까지 왔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한순간에 다 버려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뼈저리도록 시리지만
더한 아픔은 도희가 더 이상 자신의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재균은 다시 문고리를 잡아 미련 없어 집무실 문을 열었다.
“임재균!”
“형, 내 여자가 울어. 우는 소리가 들려.
그 여자가 울면 내 귀에는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가슴에 장대비가 쏟아져.
그만 울려야겠어. 못생긴 얼굴에 눈까지 부우면 참 못난 여자거든.
나 그 여자 하나만 볼래. 사랑 하나만.”
재균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사장실을 나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팔을 뻗었다.
“아저씨?”
엘리베이터 안으로 성큼 들어온 재균은 도희의 입술을 덮쳤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음에 사랑 하나만을 담아 그렇게 입술로 전하는 말이었다. 벅차다.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았다. 박혀 있던 화살촉이 모두 뽑혀져 나갔다.
내 남자의 키스 하나로 말이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키스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도 멈추지 않았다.
“어머!”
“뭐야!”
“좋겠다!”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고 있던 도희의 두 눈이 떠지자 주위의 시선에 재균의 몸을 밀쳤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저절로 숙여졌다. 그런 도희의 손목을 잡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재균은 홍보실 김 부장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뭐야? 두 사람 그런 사이였어?”
홍보실 김 부장은 눈을 부릅뜨고 재균을 노려보았다.
“조만간 국수 먹여 드릴게요.”
“뭐?”
사옥을 나서는 두 사람 등 뒤로 여직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신새라(이유있는외출)의 로맨스 장편 소설 『자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