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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4.04.18 약 16.8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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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숨은 여운의 손을 잡고 정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주듯 저녁 공기가 훈훈했다.
“아저씨.”
“음?”
“나, 아저씨한테 부탁이 있어요.”
“뭔데?”
“문, 열어두지 마요.”
“문?”
“아까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문 하나 열어둔 거라고.”
“아, 그거.” “마음의 문이잖아요.”
숨은 걸음을 멈추고 여운을 마주 보았다.
“내 마음이 아니라, 아저씨 마음에다 열어둔 문.”
맞죠? 하듯 여운이 숨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아니라고, 잡아떼지 못하겠다. 철저히 너를 위한 배려일 뿐이라고, 우기지도 못하겠다. 눈을 통해 가슴 속까지 들여다보려는 여운의 눈빛이 너무도 맑아서.
“나중에 혹시라도 상처 받기 싫으니까, 문 하나 열어두고서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두려는 거 아니에요?”
가슴 깊은 곳 어디쯤을 푹 찔린 것 같았다. 이래서 이 아이를 어린 여자로만 바라보지 못했나 보다. 이렇게 불시에 영혼의 한 부분을 찌를 듯 꿰뚫어보니까.
스스로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마음의 밑바닥을 거울처럼 환히 비춰 보이니까.
“아저씨 마음에다 준비해둔 그 문, 열어두지 말고 꼭꼭 닫아놨음 좋겠어요. 아저씨 곁에 있는 나, 아무도 못 데려가게.”
“후회 안 할까?” “안 해요.”
“너 대학 들어가면, 괜찮은 남자도 종종 눈에 띌 텐데? 그 때 가서 문 열어달라고 후회 하려고?” “이마에다 이름표 커다랗게 써 붙이고 다닐 거예요. 지여운은 한숨의 피앙세임, 이렇게요.”
숨은 후후, 웃었다. 여운이 그런 이름표를 커다란 리본처럼 매달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났다. 이토록 순수한 여운이라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 이름표, 내가 만들어야겠군.”
“그럼 문 닫는 거예요? 꽁꽁?”
“그래, 닫는다. 꽁꽁.”
숨을 쳐다보며 여운이 생그르르 웃었다. 여운의 이마에 이마를 마주 대고서 숨도 환하게 웃었다.
김지운의 로맨스 장편 소설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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