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게. 나의 그리운 척영…….' 백성호가 내게 남긴 쪽지였다. 유서라고 해야 하나. 그는 죽는 순간에 낡은 모텔의 구석진 방에서 자신의 생애 마지막 말을 내게 남겼다. 그런데도 난 도무지 그의 유서에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 물론 죽음, 그것도 자살이라는 소리에 적잖이 놀란 건 사실이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슬프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오히려 왜 그런 쪽지를 내게 남겼는지……. 그 순간 떠오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도, 자식도, 형제도, 이혼한 전처도 아닌 왜 나였는지 그게 더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