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두 눈이 뒤집혀있었다. “왜 내 말을 듣지 않은 거지? 다른 놈이랑 만나지 않았다면 난 평생을 당신에게 손 끝 하나 대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젠 아니야. 당신이 말을 듣지 않았으니깐 나도 나와의 약속을 어기려고 해!”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왜 내가 당신 거야? 당신은 미쳤어, 미쳤다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은성은 그를 밀치고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고리에 손이 채 닿기도 전에 은성은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이러지 마요. 제발, 보내줘요. 이성을 찾아요, 제발!”
은성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에게 사정했다. 하지만 그는 희멀건 눈알을 굴리며 히죽거렸다.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그래, 난 미쳤어. 미쳤다고. 미친놈이 어떤지 보여주겠어. 오늘 밤 넌 영원히 내 것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