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렇게 그대로인데, 너랑 나랑 사이엔 다만 세월만 흘렀을 뿐인데,
내가 너를 느끼는 것도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린 뭐가 달라진 걸까?
“지연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그냥 이젠 잊고 살래. 수호 씨가 아무리 나에게 잘해 줘도 난 그거 잊지 못해. 수호 씨 쳐다보면서 언제나 나 아플 거야. 이젠 아픈 거 안 하고 싶어. 수호씨가 내 맘 이해 못 해도 그냥 이기적인 거 할래.”
지연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그의 손이 떨리는지, 지연의 어깨가 떨리는지 그들은 둘 다 알지 못했다. 떨리는 심장도, 차마 흘러내리지 못하고 있는 지연의 눈물을 대신해서 흘러내리는 그의 보이지 않는 눈물도 둘 다 말하지 않고 서로에게 그렇게 모든 걸 새겨 넣었다.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는데…….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는데……. 얇은 얼음막 위에 서 있어, 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이대로 천길 아래로 떨어져 내릴 텐데. 또 아플 텐데. 죽을 만큼, 죽고 싶을 만큼 아플 텐데.
그래도 이 사랑, 시작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