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오직 한 사람만 바라보는 한결같은 여자, 수련.
당신과의 인연을 주신 하늘에 감사합니다.
아니, 나의 하늘이었던 당신께 감사합니다.
당신과 누렸던 짧은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여 쉽사리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항상 바라보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절 기억하지 마시지요.
보잘 것 없는 저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괴로움은… 제가 모두 가져가겠습니다.
그녀 하나만을 지키는 태산 같은 남자, 시준.
큰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사모하는 이와 함께 조용히 살고자 했음인데….
수련, 내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작은 손으로 커다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몇 년이 흘러 다시 내 앞에 나타났을 때의 네 눈도 기억한다.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기억하고,
동굴에서의 아름다운 첫날밤도 생생히 기억하고,
너의 아름다운 웃음소리와 보석 같은 미소를 기억한다.
그렇게 만나고 이렇게 너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난 그 운명을 거슬러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운명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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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네가 나를 지켰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너를 지킬 것이니 부디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저 넌… 나만 믿고 따르면 되느니라!”
“…나리 곁에 머물러도… 되는지요?”
작은 흐느낌으로 시준을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묻는 수련에게 시준이 말을 이었다.
“내 그런다 약조하지 않았더냐? 허나… 내 한 가지… 청이 있다!”
무슨 말이냐는 듯 빤히 쳐다보는 수련의 커다란 눈동자를 보며 시준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는 이리 눈물짓는 모습이 아닌… 항상 밝게 웃는 모습만 보았으면 싶구나!”
“…훗…!”
무슨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까 노심초사하던 수련은 그저 자신이 웃기만을 바란다는 시준의 말에 설핏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옵니다!”
“아무리 기쁨의 눈물이라 하더라도 네가 우는 것은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싶구나!”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살짝 홍조를 띠며 웃는 수련의 모습은 너무나도 고혹적이었다. 등잔불 하나가 어둠을 밝히고 있는 동굴 안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차는 듯싶더니 시준이 수련의 얼굴을 조심스레 두 손으로 감싸안았다. 수련이 부끄러움에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숙이자 다시 수련의 얼굴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게 하더니 살포시 입술을 겹쳤다.
“…읍….”
순간 너무 놀라 벌어진 수련의 입 속으로 조심스럽게 망설이며 들어간 시준은 하나도 남김없이 속속들이 알고 싶은 양 그렇게 조심조심 탐험을 했다. 입맞춤이 길어질수록 뜨겁게 반응하며 곧 폭발할 것 같은 자신의 몸을 죽을힘을 다해 자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