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악연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시절에 시작되었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들어간 방에서 나는 만나버리고 말았던 거야.
친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 녀석!
(너 때문에 내 코가 낮은 거야!)
말 한마디 곱게 안 하는 그 녀석!
(그러기에 왜 이런 비싼 반지를 나의 비천한 손가락에 끼어주는 거니?)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나를 항상 얼빵이 취급, 하녀 취급하는 너이지만 너는 내 소꿉친구인 걸.
▶ 잠깐 맛보기
"내 말 흘려들었어? 누가 진짜 사귀는 거 아니라고 그랬어?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리고 내가 분명히 다른 놈들한테 한눈 팔지 말라고도 했잖아!"
"뭔가 오해가 있는데 난 너의 꼬오…."
"다시는, 다시는 내 앞에서 그 꼬봉이라는 말하지 마."
꽉 잡힌 얼굴이 보기 싫게 찌그러졌지만 영재는 상관하지 않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똑똑히 잘 들어. 넌 꼬봉이 아니야. 난 그 꼬봉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젠 목구멍에서 신물이 넘어올 것 같단 말이야. 또 다시 내 앞에서 꼬봉이라고 하면 정말 가만 안 있어. 알아들어?"
그가 말을 하는 동안, 물먹은 종이처럼 구겨진 얼굴이 아파서 그의 손을 꼬집기도 하고, 머리가 울릴 정도로 버둥거려도 보았지만 그는 끝까지 자기가 할 말만 했다. 그가 왜 꼬봉이라는 말에 분노를 터뜨리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영재가 그 말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 그녀는 그 이유만으로도 이 순간 그 단어를 입에 올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얼굴을 잡힌 채 간신히 입을 달싹거렸다.
"꼬오보옹."
그의 두 눈에 분노의 불꽃이 일렁이는 것을 본 선영의 가슴은 두려움보다 승리의 기쁨으로 넘실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여 강하게 입술 박치기를 시도하는 바람에 그 기쁨은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음악실에서 했던 키스보다 10배는 더 거친 키스에 숨이 막히고 입술이 얼얼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할 무렵 그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거친 키스로 얼이 빠져나간 선영의 커다란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의 반응에 상관없이 영재는 어깨를 들썩이며 씩씩거렸다.
"다시는, 내 앞에서 그 꼬봉이라는 말 꺼내지도 마! 한 번만 더 하면 네 입술을 다 먹어버릴 거야! 알아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