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분명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에리스는 한번도 만나 보지 못한 필리포와 약혼했다는 이복언니 오드라의 행방을 찾아 페루로 떠나야 했다.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떠맡은 임무다. 낯설지만 흥미진진한 이국땅에서 맞이한 첫날 손가방을 소매치기 당해 쩔쩔매던 에리스는 필리포의 삼촌 도맹고를 만나게 된다. 그는 함께 두 사람을 찾아볼 것을 제안하지만 당당하고 약간은 거만한 분위기의 그 사내는 에리스에게는 도대체 편치 않은 파트너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오드라와 필리포의 행방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 책 속에서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어째서요?" 도멩고는 도전적으로 반격해 왔다.
"영국에 애타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라도 있는 거요?"
"그런 사람 없어요!" 에리스는 이 뜻밖의 질문에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오, 있을 거요.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당신은 연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못 견뎌했소!"
"연인이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두세요! 난 연인 따위 가져 본 적도 없어요. 도대체 당신은…."
"연인을 가져 본 적도 없다고 했소?"
그는 날카롭게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의 불신감 짙은 표정이 에리스를 더욱 화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