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파릇한 새싹들이 솟구쳐 오르는 봄의 풍경은 시골의 전유물일 뿐 도시에는 봄이 없다. 아직도 따뜻한 햇살과 꽃샘추위가 서로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리는 이른 봄이었다.
“여름에 손님이 없을 때 수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감?”
작업도구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일꾼들 사이에서 종호는 김 노인의 넋두리에 대꾸도 안한 채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손님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계절에 한 달 동안이나 문을 닫고 공사를 하는 것이 안타까운 듯 김 노인의 말에는 아쉬움이 겹쳐있었다.
초등학교 교실처럼 빽빽이 겹쳐진 작은 옷장들의 나열에 답답하기만 했던 공간이었다. 일꾼들의 분주한 몸놀림에 그 공간이 넓은 운동장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서는 옷장은, 아래 칸은 아이들의 옷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옷장, 위 칸은 어른의 코트가 구겨지지 않을 정도의 긴 옷장으로 꾸며진 것이었다. 모두 벽 쪽으로 붙여 놓으면 예전보다 옷장의 개수가 반으로 줄겠지만, 하루에 그것만 다 이용되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시절이 오면 미련 없이 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