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난 그대의 몸만을 원할 뿐이오. 마음은 이미 딴 사내에게 주었다 하니, 피차 그리해야 공평하지 않겠소?”
변방의 무관인 천소는 혼례를 치르기 위해 한양에 돌아온다. 하지만 1년 전 정혼자의 실종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운원은 그와의 혼인을 거부하고, 그녀의 거절에 분노한 천소는 강제로 연을 맺으려 하는데…….
* 발췌문
"하! 그러한가?"
천소의 냉소가 더욱 깊어졌다.
"지금 그대의 말은 이미 죽은 이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내게는 한 치도 내어 주지 않겠다, 그 말인가?"
"송구하옵니다, 도련님."
여인이 갑갑한 듯 입술을 깨문다. 허나 대답을 주저하진 않는다.
"허허! 거참 굳은 결심이군.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겠소."
입가의 냉소에 잔인한 눈빛이 더해진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를 취하면 어찌 될까? 몸과 마음을 정결히, 옛 정혼자를 기리며 수절하겠노란 맹서가 깨어질 텐데, 그러면 어찌할 테요, 낭자? 그대의 순결한 몸이 나로 인해 이 자리에서 더럽혀진다면 그땐 어찌할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