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100년의 세월을 초월한 검후와의 사랑.
무림의 괴걸들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
하지만 정혼녀의 멸시와 모욕에 상처받은 주인공은 마침내 폭주하고...
마침내 다듬어지지 않았던 야생마는 천하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를 시작한다.
* 맛보기
“일어나, 일어나…….”
“눈을 떠! 이제 그만 눈을 뜨라고…….”
맑고 깨끗하게 정제된 채 고요하게 침묵하고 있던 영혼을 사정없이 뒤흔드는 이 결코 낯설지 않은 누군가의 속삭임에 그녀의 닫혀 있던 눈꺼풀이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투명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한 쌍의 눈 속에 순간적으로 짜증스런 기색이 스쳤다.
“왜? 무슨 일인데 그래?”
그녀가 있는 곳은 태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굴 안이다.
동굴 안에는 오직 그녀 하나 뿐 어느 누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명상만 하고 있을 거야?”
“우린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심심하다…….’
그녀는 힐끗 동굴 밖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건 솜털보다 더 부드러운 새하얀 구름과 푸르디푸른 하늘.
‘대체 얼마의 세월이 흐른 거지? 저 녀석들이 심심하다고 떼를 쓰는 걸 보면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닌 모양인데.’
“우리가 얼마나 있었지?” 그녀의 질문에 대답 두 개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몰라. 하지만 오래됐어.”
“언니 옷이 다 삭은 것을 보면 그날 이후 십 년은 더 지난 것 같아.”
‘그날 이후 십 년이라…… 그렇다면 팔십 년 정도인가?’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놀랍게도 그녀가 몸을 움직이기 무섭게 그녀의 육신을 가려주고 있던 푸른 비단옷이 가루로 변해 동굴 바닥에 흩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