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왜 죽을 수 없는가? 내가 왜 죽을 수 없단 말인가!"
통곡소리가 나더니 나무 위에 한 백발노인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포대자루같이, 곧장 아래의 네 사람이 맞대고 곧추세우고 있는 병기들 언저리에 떨어졌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생사결투(生死決鬪)!
검푸른 잎사귀 무성한 한 그루의 노목 밑에는, 험상(險狀)한 중(僧), 미염(美艶)한 비구니, 소탈(疏脫)한 서생, 그리고 한 앳된 소녀가 여덟 개의 눈동자를 모이를 찾는 닭과도 같이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며, 나타나는 무엇이라도 단금에 집어삼킬 듯이 전방을 살피고 있었다.
네 마리의 흉포한 야수가 발톱을 치켜세우듯이, 그들은 선장(禪杖),지팡이), 불진(拂塵)(먼지털이개같이 생긴 무기), 장검, 채찍의 각양각색 병기(兵器)를 들고, 어느 때고 상대를 덮쳐 척살(刺殺)할 내력(內力)을 팽팽히 장전(裝塡)했다.
동시에 적에 대한 조심스런 경계 또한 늦추지 않아, 어느 누구도 경솔한 손놀림을 내지르지 않았다.
서편 하늘로부터는 저녁의 단양(丹陽)이 내리깔려, 산천과 대지는 온통 진홍빛의 혈류(血流)에 적셔졌다.
한 열 네댓 살 되었음직한 계집애가 그들 앞에 나타나더니, 자기 팔목 위의 작은 흰쥐를 살짝 쓰다듬었다. 흰쥐는 태연히 홍보석(紅寶石) 같은 눈을 굴려 이 사람들은 호기심 있게 바라보면서 앞발로 목을 긁으며 서 있었다.
아이는 살며시 웃었다.
"아선(阿仙), 보기에 설지? 우리 신형문(神形門)의 제자들은 늘 입담 늘어놓기나 연습했지 무공연마는 뒷전인 얼치기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