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콰르르릉― 쾅!
온통 검은빛 하늘을 벼락이 작렬(炸裂)하더니 뇌우(雷雨)가 쏟아졌다.
대나무가 그 힘에 밀려 휘청거린다.
쏴아아아―
깜깜한 하늘에 벼락이 칠 때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대나무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들었다.
그 빛을 받아 대나무 숲 사이로 작은 우물을 가운데 두고 거대한 부처의 석상(石像)들이 원형(圓形)을 이루며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석상들의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단순히 돌로 깎아 만든 석상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석상들로부터 성(聖)스러운 빛이 흘러나와 만물(萬物)을 감화(感化)시키고 있는 듯했다.
석상들의 시선은 전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운데에 있는 다 부서진 것 같은 작은 우물이었다.
그러나 그 우물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들의 표정은 결코 자비(慈悲)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바세계(娑婆世界)를 어지럽히는 악귀(惡鬼)들을 지켜보는 듯한 엄숙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또한 그 불상(佛像)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정교하게 조각된 모습이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벼락과 함께 그 석상(石像)들로부터도 기광이 치는 듯했다.
* * *
우르르릉― 쾅!
하늘을 가르던 벽력(霹靂)이 땅으로 치달았다.
우지직! 화르륵!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도 그 벽력의 힘에 굴복하는 듯 나무들이 활활 타올랐고 주위의 바위들은 부서져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부서버리려는 듯 번개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항거(抗拒)할 수 없는 기세를 담고 있었다.
그 벽력(霹靂)의 한 줄기가 석상(石像)들 위로 내리꽂혔다.
지직― 파파파팟!
그러자 석상들 사이에서 그에 반응하듯 작은 뇌성(雷聲)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파츠츠츳!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그 번개도 불상의 자비로움에 굴복하는 듯 석상(石像)의 십여 장 위에서 멈추고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했다.
번개의 여파는 석상 주위 십여 장 밖에서만 소용돌이 칠뿐 석상들이 있는 반경 십여 장 내에는 한 점의 번개도 들어가지 못했다.
주변의 것들은 모두 불에 타고 돌들이 부서져 튀어올랐지만 어디까지나 석상들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