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창산(括倉山) 중턱에 있는 마골곡(魔骨谷)은 늘 안개에 뒤덮여 있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 계곡의 이름이 언제부터 마골곡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 그대로 마골곡은 마의 기운이 산자락을 뒤덮고 있어서인지 일 년 삼백예순닷세 중에 삼백예순날은 온통 자욱하고 눅눅한 운무가 산자락을 뒤덮고 있었다.
온통 바위 투성이의 마골곡이 제 모습을 밝은 햇빛 아래 드러내는 것은 1년에 고작 서너 번으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때 마골곡은 이름 그대로 마귀의 뼈와도 같은, 온통 음침한 바위 투성이의 산봉우리를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놓는 것이다.
아무리 무덥고 화창한 날씨더라도 사람들은 마골곡 계곡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등허리에서 식은 땀을 주루룩 흘리고는 했다.
무서움을 모르는, 지금까지 수십 명에 가까운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마골곡을 탐험하겠다고 떠나갔으나 육신을 이끌고 살아 돌아온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멋모르고 마골곡 계곡으로 접어 들었던 나그네들에 의해 세월의 흐름에 풍화되고 삭아내린 해골이 발견되곤 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흔적이었다.
그러나 세상 온갖 풍파를 경험하고 헤쳐온 나그네라 할지라도 풍화된 해골과 함께 마골곡의 바위산을 한 번 쳐다 본다면 머리카락이 쭈빗 일어서는 듯한 공포심에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기가 일쑤였다.
사람들은 어느새 마골곡을 멀리 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멀리서 마골곡을 바라다보는 것조차 꺼려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말을 빌리면 원래부터 마골곡이 바위투성이의 산은 아니라고 했다. 어느 핸가의 가을에 천지가 개벽할 만한 일이 생긴 것이 문제의 시초였다.
마골곡 주변에 15주야 동안 폭우가 쏟아져 내리더니 온갖 나무와 흙들이 씻긴 듯이 떠내려가 버린 것이다.
이런 자연의 조화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다 주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로 세상의 종말에 대한 두려운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했고 인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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