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떤 역경이 와도 절망하지 않고, 끝끝내 이겨내어 자신만의 행복을 이루는 스칼렛 오하라 같은 여자 장유경.
출생의 비밀로 상처 입은 어두운 남자 우승민.
자신 밖에 모르는 철저히 이기적인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유경의 거짓과 탐욕에 실망한 승민은 최후 통첩을 하고 떠나는데… .
과연 유경은 또 어떤 계략을 꾸며서 그를 잡을 것인가?
갑자기 따뜻한 온기가 어깨에 느껴지자, 유경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기대로 가슴이 떨렸다. 남편일거라고, 그가 분명하다고, 자신이 상상했던 모든 게 허상일 거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지만 흐려진 시야 사이로 차츰차츰 들어온 남자의 얼굴은 남편의 깡마른 얼굴이 아니었다. 바위처럼 단단한 남자의 얼굴…. 유경은 경악했다.
저 남자가 여기는 웬일이야? 그의 등장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연출 시켰다.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 우승민이였다. 정말 최악이었다. 그녀의 가슴 위로 어느새 뜨거운 피가 용솟음쳤다. 유경은 이를 앙 물며 어깨에 걸쳐진 그의 양복 윗도리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그를 쏘아봤다.
"당신이 싫어. 알아?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승민은 흙탕물 속에 처참하게 던져진 자신의 옷을 찌푸린 얼굴로 보고 있다가, 독을 품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서 물었다.
"언제나 그랬어. 내가 이렇게 끔찍한 상황일 때면 어김없이 당신이 나타났어."
승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놀린다고 내 바지를 벗긴 적이 있었어.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라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내 눈에 들어온 건 당신이었어. 하필 왜 당신이 거길 지나야 했지? 그 뿐만 아니야. 내가 취해서 오바이트 하고 있을 때 그 역겨운 장면을 당신이 또 보고 있었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왜 하필 당신이 봐야 했냐고. 또한 남편을 얻기 위해 단식투쟁하고 있을 때, 그때도 당신은 죽을 지경인 날 봤어. 그리고 지금! 왜 당신이 여기 와 있어? 이렇게 날 따라온 저의가 뭐야? 도대체 내가 비참할 때만 골라서 당신이 있을게 뭐냐고!"
유경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의 가슴을 사정없이 때렸다. 승민은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니 황당해서 처음엔 얼떨결에 맞고 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거칠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날 미워했단 말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정말 기가 막히고, 분하고, 억울해서 그녀를 잡고 있던 그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